리틀 미스 선샤인 (노란 고물 버스와 콩가루 가족, 침묵을 깬 포옹과 슈퍼 프릭 댄스, 세상 모든 패배자를 위한 결말)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 공식 포스터

색맹 판정으로 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이 산산조각 나 풀밭에서 처절하게 절규하던 오빠 드웨인의 곁으로 어린 올리브가 말없이 다가가 가만히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주던 순간의 따스한 온기에 코끝이 찡해졌던 작품입니다. 2006년에 개봉한 조너선 데이턴과 발레리 패리스 감독의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은 저마다 심각한 결점과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콩가루 가족이 7살 막내딸 올리브의 어린이 미인대회 출전을 위해 낡은 노란색 폭스바겐 미니버스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800마일의 여정을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로드무비의 걸작입니다.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앨런 아킨)을 거머쥐며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은 이 작품은,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를 향해 거침없는 조롱과 따스한 위로를 동시에 건넵니다. 그렉 키니어, 토니 콜렛, 스티브 카렐, 폴 다노, 아비게일 브레스린, 앨런 아킨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섯 배우의 빈틈없는 연기 앙상블은 삐걱거리던 가족이 하나의 유기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가슴 뭉클하게 담아냅니다. 이 글에서는 낡은 고물 버스를 온 가족이 함께 밀며 시작된 엉망진창 로드트립부터, 절망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준 침묵의 포옹, 그리고 미인대회 무대를 발칵 뒤집어놓으며 세상의 모든 루저들에게 벅찬 해방감을 선사한 통쾌한 결말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낡은 노란색 폭스바겐 버스와 콩가루 가족의 여정: 성공 신화의 허상과 밀어서 시동 걸기

후버 가족의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문제적 인물들입니다. 가장 리처드는 '9단계 성공 이론'을 설파하지만 정작 사업 계약에 실패한 무능한 강사이고, 엄마 셰릴은 신경쇠약 직전이며, 외삼촌 프랭크는 프랑스 문학 최고 권위자였으나 동성 연인에게 버림받고 자살을 시도해 막 퇴원한 상태입니다. 십 대 아들 드웨인은 니체를 신봉하며 공군사관학교 입학 전까지 침묵 서약을 선언해 수첩으로만 대화하고, 할아버지 에드윈은 헤로인 복용으로 양로원에서 쫓겨난 괴짜 노인입니다. 오직 통통하고 커다란 안경을 쓴 7살 막내 올리브만이 TV 속 미인대회를 보며 순수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기적적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 출전권을 얻게 되자, 비행기 표를 살 형편이 안 되는 가족은 낡은 노란색 폭스바겐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출발하자마자 버스의 클러치가 완전히 망가져 정차하면 시동이 꺼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합니다. 차를 굴리기 위해 온 가족이 도로 위에서 온 힘을 다해 차를 밀고, 속도가 붙으면 운전석부터 차례대로 달려서 버스 안으로 뛰어타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서로를 경멸하고 겉돌던 오합지졸 가족이 고물 버스를 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호흡을 맞추는 이 눈물겨운 협동은, 삶의 결핍을 채우는 가족의 진짜 연대가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유쾌하게 상징합니다.

할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과 드웨인의 절규: "진짜 패배자는 질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던 중 손녀의 춤을 열정적으로 지도해 주던 할아버지가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갑작스럽게 숨을 거둡니다. 병원에 유해를 안치하면 검시 절차 때문에 대회 시간에 맞출 수 없다는 것을 안 가족은, 할아버지의 시신을 병원 창문 너머로 몰래 빼돌려 트렁크에 싣고 질주하는 기상천외한 결단을 내립니다. 성공만을 외치던 아빠 리처드가 처음으로 규칙을 깨고 딸의 꿈을 지키기 위해 무모한 위험을 감수한 것입니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더 큰 시련이 닥칩니다. 올리브가 건넨 시력 검사표 책을 보던 드웨인은 자신이 적록색맹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깨닫습니다. 색맹은 절대 공군 조종사가 될 수 없다는 프랭크의 말에, 9개월 동안 지켜온 침묵을 깨고 "씨발(Fuck)!"을 외치며 고속도로 옆 언덕으로 뛰쳐나가 오열합니다. 모든 가족이 어쩔 줄 몰라 망연자실해 있을 때, 올리브가 말없이 다가가 오빠의 어깨에 조용히 머리를 기댑니다.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강력했던 어린 동생의 무언의 포옹은 산산조각 난 소년의 영혼을 기적처럼 일으켜 세웁니다. "진짜 패배자는 질까 봐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라던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비로소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가족의 가슴에 단단한 용기로 자리 잡습니다.

'Super Freak' 댄스와 무대 난입 결말: 규범을 조롱하고 승리의 본질을 바꾼 가족의 축제

우여곡절 끝에 대회장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어린 소녀들을 어른들의 성적 대상처럼 분장시키고 박제된 인형처럼 미소 짓게 만드는 가식적인 경쟁의 장이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의 완벽한 무대를 본 리처드와 드웨인은 올리브가 조롱거리가 될까 봐 출전을 말리려 하지만, 올리브는 당당하게 무대에 오릅니다. 할아버지에게 바친다며 시작된 올리브의 장기자랑 곡은 바로 릭 제임스의 훵크 명곡 'Super Freak'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동작은 모자를 집어 던지고 엉덩이를 흔들며 스트립쇼를 흉내 내는 파격적인 막춤이었습니다.

경악한 심사위원과 관객들이 야유를 퍼붓고 주최 측이 올리브를 무대에서 끌어내리려 하자, 아빠 리처드가 단상 위로 뛰어올라 함께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이어 삼촌 프랭크와 오빠 드웨인, 엄마 셰릴까지 전원이 무대에 난입해 체면과 규범을 완전히 집어던진 채 미친 듯이 춤판을 벌입니다. 대회장에서 영구 추방당하고 경찰서에 불려가지만, 깨진 경적을 빵빵 울리며 노란 버스를 타고 호탕하게 질주하는 엔딩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폭발시킵니다. 세상이 정한 일등과 꼴찌의 기준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불완전하고 깨진 존재들이 서로를 긍정하며 완성한 이 눈물겨운 댄스 결말은 모든 실패자들의 가슴에 영원히 지지 않는 눈부신 햇살을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