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리뷰 (오하이오 블루 팁 성냥과 단조로운 일상의 시, 불독 마빈이 찢은 비밀 노트, 폭포 앞 빈 공책과 아하 결말)

영화 패터슨 공식 포스터

아침에 눈을 떠 사랑하는 아내의 어깨를 마주하고, 주머니 속 성냥갑 하나에서도 시(詩)를 발견하며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을 고요한 예술로 빚어내던 패터슨의 다정한 시선에 마음 깊은 곳이 편안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2016년에 개봉한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Paterson)》은 미국 뉴저지주의 유서 깊은 소도시 패터슨을 배경으로, 도시와 이름이 똑같은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간의 삶을 잔잔하고 시적인 호흡으로 그려낸 일상 예술 영화의 걸작입니다. 아담 드라이버의 담백하고 깊이 있는 연기와 골쉬프테 파라하니의 사랑스러운 에너지는 평범함 속에 숨겨진 찬란한 보석들을 길어 올리며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을 비롯해 전 세계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 없이도 매일의 단정한 일과 속에서 반짝이는 언어를 채집하는 패터슨의 일주일은, 일상이 어떻게 그 자체로 하나의 숭고한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따뜻하게 증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매일 아침 23번 버스를 몰며 도시의 말소리를 담아내던 패터슨의 고요한 루틴부터, 성냥갑 하나에 담긴 사랑의 시와 반려견 마빈에 의해 찾아온 뜻밖의 상실, 그리고 파세익 폭포 앞 벤치에서 만난 일본인 시인이 건넨 빈 공책을 통해 다시 연필을 쥐게 되는 결말의 깊은 여운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3번 버스의 운행: 평범한 일상의 관찰이 시가 되는 순간

뉴저지주 패터슨 시에서 23번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패터슨의 하루는 늘 한결같습니다. 알람 시계 없이도 매일 아침 6시 10분에서 30분 사이에 자연스레 눈을 뜨고, 곁에 잠든 아내 로라의 어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춥니다. 주방 식탁에 앉아 치어리오스 시리얼을 먹고 성냥갑을 챙긴 뒤, 작은 도시락 가방을 들고 아침 공기를 가르며 차고지로 걸어갑니다. 버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기 전, 그는 작은 비밀 수첩을 꺼내 그날 떠오른 시의 첫 구절을 정성스럽게 적어 내려갑니다.

패터슨에게 버스 운전석은 세상을 관찰하고 언어를 수집하는 가장 완벽한 관람석입니다. 그는 백미러와 차창 너머로 승객들이 나누는 소소한 일상의 대화들을 가만히 귀 기울여 듣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거대한 파세익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며 비밀 노트에 시를 이어 씁니다. 패터슨 출신의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를 흠모하는 그는, 현학적인 수사 대신 매일 마주하는 사물과 풍경, 이웃들의 소박한 삶을 투명하고 솔직한 언어로 묵묵히 빚어냅니다.

오하이오 블루 팁 성냥과 흑백의 예술가 로라: 사랑의 시와 불독 마빈이 찢어버린 비밀 노트

집으로 돌아온 패터슨을 반기는 것은 흑백의 기하학적 패턴에 푹 빠져 있는 낭만적인 아내 로라입니다. 커튼과 드레스, 컵케이크, 벽면까지 온통 흑백 물결로 물들이는 로라는 컨트리 가수가 되겠다며 고가의 하피 기타를 주문하는 등 자유분방한 꿈을 꿉니다. 패터슨은 그런 아내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결코 타박하지 않고 온전히 지지하며, 로라 역시 패터슨을 향해 "당신은 위대한 시인이에요. 언젠가 세상에 시를 보여줘야 해요"라며 무한한 신뢰를 보냅니다. 주머니 속 '오하이오 블루 팁' 성냥갑을 응시하며 타오르는 불꽃처럼 맹렬한 사랑을 노래한 '사랑 시(Love Poem)'는 서로의 영혼을 지탱하는 부부의 유대를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평온하던 일상에 뜻밖의 비극이 닥칩니다. 로라가 구운 컵케이크를 장터에 팔아 큰 성공을 거두고 두 사람이 기분 좋게 영화를 보고 돌아온 토요일 밤, 늘 패터슨을 질투하던 반려견 불독 마빈이 소파 위에 놓인 패터슨의 비밀 노트를 물어뜯어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입니다. 복사본 하나 없이 수년간 자신의 영혼을 오롯이 쏟아부었던 유일한 분신이 산산조각 난 현장 앞에서, 패터슨은 분노조차 터뜨리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슬픔에 잠깁니다.

파세익 폭포 앞 벤치와 일본인 시인의 선물 결말: 텅 빈 페이지가 품은 무한한 가능성과 아하

일요일 아침, 평생 써 내려간 내면의 세계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패터슨은 깊은 공허함 속에 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멍하니 찾아간 곳은 매일 점심마다 시를 쓰던 파세익 폭포 앞 공원 벤치였습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웅크리고 있던 패터슨의 곁으로,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발자취를 찾아 일본에서 여행 온 한 시인이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문학에 대해 담담한 대화를 나누던 중, 시인은 작별 인사를 건네며 패터슨에게 선물이라며 새하얀 빈 공책 한 권을 건넵니다. 그리고 "때로는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법이죠"라는 말과 함께 "아하(Aha)"라는 짧은 감탄사를 남기고 떠납니다. 텅 빈 첫 페이지를 펼치고 다시 펜을 쥐어 시를 적어 내려가는 패터슨의 모습과, 다시 돌아온 월요일 아침 변함없이 아내의 어깨를 마주하며 눈을 뜨는 결말은, 삶이란 비워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숨결을 채워 넣는 무한한 백지이며 반복되는 일상 그 자체가 가장 위대한 시의 원천임을 일깨우며 벅찬 평온을 안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