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데우스 (천재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질투, 검은 가면과 레퀴엠의 덫, 평범한 자들을 사면한 수호성인 결말)
목차
피를 토하며 쓰러져가는 모차르트의 침상 곁에서 쉼표 하나까지 신들린 듯 악보로 받아 적으며, 그의 파멸을 유도하면서도 신적인 선율에 완전히 압도당해 전율하던 살리에리의 눈빛에 숨조차 쉴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1984년에 개봉한 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는 피터 셰퍼의 동명 희곡을 영화화하여, 18세기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와 불세출의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치명적인 애증과 파멸을 웅장한 클래식 선율 속에 담아낸 불멸의 걸작 드라마입니다.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F. 머레이 에이브러햄)을 비롯해 무려 8개 부문을 휩쓸며 영화사에 찬란한 금자탑을 쌓아 올린 이 작품은, 천재를 갈망했으나 오직 범재에 머물러야 했던 한 인간의 뼈아픈 질투와 경외, 그리고 신을 향한 처절한 원망을 전율 돋는 필치로 포착해 냈습니다. F. 머레이 에이브러햄과 톰 헐스가 선보이는 숨 막히는 연기 대결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전기 영화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뇌와 예술의 숭고함을 가슴 깊이 각인시킵니다. 이 글에서는 신에게 바친 순결한 맹세가 모차르트라는 천박한 천재의 등장으로 산산이 부서지던 순간부터, 검은 가면을 쓴 채 레퀴엠을 의뢰하며 파멸을 재촉하던 잔혹한 음모, 그리고 침상 곁에서 신의 음성을 받아 적으며 마침내 세상의 모든 평범한 자들을 사면하던 비극적인 결말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순결한 서원과 천박한 천재의 등장: 신의 음성을 알아본 유일한 귀의 비극
유년 시절부터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망을 품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신에게 자신의 순결과 근면한 삶을 바치는 대신 위대한 음악가로서 명성을 얻게 해달라고 간절히 서원합니다. 빈 궁정의 공식 작곡가 자리에 오르며 황제 요제프 2세의 총애 속에 성공 가도를 달리던 살리에리는, 소문으로만 듣던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직접 만나기 위해 대주교의 궁전을 찾습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모차르트는 고결한 성자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바닥을 기어 다니며 천박한 음담패설과 기괴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터뜨리는 방탕한 철부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 천박한 육신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살리에리의 영혼을 뿌리째 뒤흔듭니다. '세레나데 10번(그랑 파르티타)'의 첫 오보에 선율을 들은 순간, 살리에리는 그것이 오직 신만이 창조할 수 있는 지고의 완벽함임을 직감합니다. 훗날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가 일자리를 부탁하며 가져온 악보 원본들을 넘겨보던 살리에리는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단 하나의 수정 흔적이나 지운 자국도 없이, 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완벽한 원고들이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신이 자신에게는 오직 그 완벽함을 알아볼 수 있는 ‘귀’만을 허락하고, 정작 신의 목소리를 담는 거룩한 ‘악기’로는 방탕한 피조물을 선택했다는 끔찍한 진실 앞에서 살리에리는 십자가를 벽난로 불길 속에 던져버리며 신을 향한 영원한 전쟁을 선포합니다.
검은 가면의 망령과 진혼곡의 올가미: 천재를 파멸로 몰고 간 질투의 덫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당대 귀족들의 보수적인 취향과 겉돌며 점차 가난과 외면 속으로 침잠해 갑니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죄책감에 짓눌린 모차르트는 오페라 〈돈 조반니〉를 통해 지옥으로 끌려가는 방탕한 주인공과 석상의 망령을 무대 위에 불러냅니다. 살리에리는 객석 어둠 속에서 오페라를 지켜보며 모차르트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공포와 부친에 대한 트라우마를 예리하게 꿰뚫어 봅니다.
살리에리는 죽은 레오폴트가 썼던 것과 똑같은 음산한 검은 가면과 망토를 착용하고 모차르트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고 거액의 계약금을 건네며 익명으로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 즉 ‘레퀴엠(Requiem)’의 작곡을 의뢰합니다. 아버지의 망령이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러 왔다고 믿게 된 모차르트는 극심한 환각과 알코올 중독, 신경 쇠약에 시달리며 무너져 내립니다. 살리에리의 잔혹한 계획은 모차르트를 탈진시켜 죽음으로 몰아넣은 뒤, 그가 완성한 레퀴엠을 자신의 이름으로 장례식장에서 발표하여 대중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신을 조롱하겠다는 섬뜩한 복수극이었습니다.
침상 곁의 숨 막히는 레퀴엠 구술과 결말: 평범한 자들의 수호성인이 된 살리에리의 패배
오페라 〈마술피리〉의 대중적 성공 속에서도 완전히 쇠약해진 모차르트는 결국 극장에서 쓰러집니다. 살리에리는 그를 침대로 옮긴 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레퀴엠을 완성하려는 모차르트의 구술을 받아 적는 역사상 가장 극적인 하룻밤을 보냅니다. 모차르트가 머릿속에 울리는 금관과 현악, 합창의 복잡한 화음을 읊조릴 때, 살리에리는 잉크가 마를 새도 없이 필사적으로 오선지를 채워나갑니다. 천재를 파멸시키려는 악마적인 의도 속에서도 쏟아지는 음악적 영감에 소름이 돋아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는 살리에리의 모습은, 천재를 파괴하려는 자이자 천재를 온전히 이해한 유일한 숭배자라는 모순된 비극을 처절하게 드러냅니다.
날이 밝고 콘스탄체가 돌아와 악보를 빼앗아 잠그는 사이, 모차르트는 허망하게 숨을 거둡니다. 살리에리는 악보를 훔쳐내지 못했고, 모차르트의 유해는 비 내리는 날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빈민 공동묘지 구덩이에 석회 가루와 함께 버려집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늙고 미쳐버린 살리에리는 정신병원 신부에게 고백합니다. 신은 살리에리에게 영광을 빼앗기느니 차라리 사랑하는 모차르트를 죽이는 쪽을 택했다고 절규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복도를 지나가며 "세상의 모든 평범한 자들이여, 내가 너희의 죄를 사하노라"라며 스스로를 평범한 자들의 수호성인이라 칭하는 살리에리의 뒷모습 위로, 허공을 조롱하듯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의 천진한 웃음소리는 인간이 결코 닿을 수 없는 절대적 천재성과 평범함의 서글픈 숙명을 웅변하며 영원한 여운을 남깁니다.